비디갤러리에서는 12월 14일부터 1월 4일까지 나윤찬, 윤병락, 최영욱 작가의 3인 특별전을 진행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3인 3색의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따뜻한 위로와 치유를 건네 받을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고자 한다.
나윤찬 작가의 작품세계 근저에는 삶의 아름다움에 대한 헌사가 담겨 있다. 꽃과 나무 그리고 가옥이라는 제한된 몇 가지 소재를 구성하여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작품 하나하나가 발산하는 색채의 광휘는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긍정의 표현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간소한 몇 가지 색채를 기본으로 하는 색채의 화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그의 색채감각은 감각의 차원을 넘어서는 지적인 세련미를 보여준다. 여기에다가 간소하게 전개되는 형상을 덧붙임으로써 한 편의 서정시와 같은 풍경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나윤찬 작가의 풍경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요와 평화를 찾게 해줌과 동시에 일상으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마음 따뜻한 위로와 행복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미술평론가 신항섭 평문 中)
윤병락 작가에게 있어 ‘사과’는 풍요로움의 상징이자 고향에 대한 향수가 짙게 어린 과실이다. 각자가 지닌 추억과 기억은 모두 다르겠지만, 작가는 시각적 즐거움과 일상의 친숙함을 매개로 감상자들의 폭 넓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더욱이 그의 작품이 주는 매력은 작가가 사물을 바라본 시각 및 공간 인식과도 관련이 있다. 비스듬한 각도를 지닌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가파른 각도의 부감법을 기용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것은 우리가 길거리에 놓은 사과 궤짝을 볼 때와 유사하다. 따라서 전시장의 사과는 땅으로 데굴데굴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됨으로써 관람자는 재차 작품을 응시하게 되고, 그럴수록 그림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증폭된다. 이와 같이 자유로운 연출방식은 회화의 평면성을 넘어 입체적인 새로운 공간의 느낌을 연출하여 색다른 생동감을 자아낸다.
최영욱 작가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달항아리’의 과묵하고 겸손한 자태에 감명을 받아 현재의 카르마(Karma) 연작을 탄생시키게 되었다. 모양이 반듯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순백의 미를 지닌 달항아리의 신비함에 집중하여 보편적인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에 반영하였다. 작가가 그린 카르마 속 도자기의 빙열을 나타낸 선은 갈라지면서 이어지듯 만났다 헤어지고 비슷한 듯 다르고, 그럼에도 다시 하나로 어우러져 우리의 의지를 초월하는 어떤 운명 안의 질곡과 애환, 기쁨과 슬픔 등을 암시한다. 이처럼 달항아리에 남아있는 여러 선과 흔적은 시공을 초월한 암호이고 우리는 우리의 기억을 더듬어 그 암호를 풀어나가게 된다. 즉, 작가에게 달항아리는 인생을 담는 그릇이자 감상자와 소통하는 매개체로, 각자가 지닌 기억을 떠올리며 그 안으로 들어가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찾는 여정을 시작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