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갤러리에서는 02월 13일부터 03월 12일까지 김연수, 문호, 정재원 작가의 초대 3인전인 <마주한 계절, 재해석된 풍경>을 진행한다.
김연수 작가는 마음에 와 닿았던 일상의 풍경을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을 한다. 이때 작품을 그리는 과정에서 풍경과는 관련이 없는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고, 그 생각들의 꼬리를 이어가며 붓질을 한다. 매일의 붓질은 즉흥적이고 다르다. 작가가 보았던 그곳의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바뀌기도 하고, 그날의 감정에 따라서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붓질과 색들을 보고 난 이후에 비로소 그날 어떤 마음으로 그 숲을 지나 왔는지 알 수 있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숲’은 반복적 패턴과도 같은 우리의 삶 속에서 작은 변화를 주는 존재이다. 꽃이 피고 지는 등의 하루하루 변화하는 자연을 마주하며 작은 변화를 인지하게 되면,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감정의 동요가 일어나기도 한다. 작가는 그저 그들을 보고 지나가기만 하는 데에도 그들에게 마음을 주고, 마음을 받고, 마음을 버리기도 한다. 공간, 계절, 시간 등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채 멀리서 바라보기도 하고, 가까이서 들여다보기도 하는, 그저 그들을 바라보았던 그 날에 집중하여 그리고 표현한다.
문호 작가는 회화에서 이미지의 파편화를 통한 형상의 재해석에 관하여 연구한다. 작업의 소재로 선정된 장소와 대상을 회상하고, 그 장면을 새롭게 재현하기 위해 카메라의 도움을 받는다. 따라서 여행지에서 마주친 풍경과 인물이 작품의 주된 소재가 되었고, 이를 일반적인 이미지가 아닌 디지털 매체의 눈을 통해 바라보고 작가의 감각을 개입하여 표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즉, 디지털 사진을 이용하여 객관적으로 대상을 관찰한 뒤, 회화적 도구로서의 감각적 붓질을 더하여 대상을 새로이 변형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현대미술의 효용적 기술 접근과 역으로 기계 기술이 예술에 접근한 두 가지 방식 모두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으며,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관계성과 그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또한 회화의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해서 이용한 디지털 이미지의 다양한 재현 방법으로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작품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이미지의 파편화와 경계라는 형식적인 화면은 단순한 재현적 풍경이 아니라 대상의 해체와 재조합이라는 과정을 통해 고정화된 의미가 아닌 유기체적인 의미를 생성하고 있다.
정재원 작가의 작품 속 풍경의 사실적인 묘사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비현실적인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대지를 뚫고 나와 과감히 꽃을 피운 식물들은 열매와 뿌리가 허공을 부유하기도 하고,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대칭 구조의 식물 형상이 등장하기도 한다. 우리의 상상력을 북돋아 평범한 세계에서 피안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모든 것이 새로 짜인 조화 있는 곳. 구체적인 형상은 있지만 실재하지 않는 가상 풍경들이 펼쳐진다. 작가에게 ‘자연’ 혹은 ‘풍경’은 단지 관조의 대상이 아닌 보이는 것들의 이면에 존재하는 시간, 기억, 욕망, 그리고 새로운 환경과 경험까지 확장된 의미이다.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으로서 소비되는 자연이 아니라,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명확한 경계를 가진 시공간 보다는 ‘자연과 인공’, ‘탄생과 죽음’, ‘과거와 현재’, ‘실제와 가상’ 등의 불분명한 지점들이 혼재된 풍경으로 표현되었다.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상상에 이르기까지 화면 속 프레임들을 넘나들며 다층의 시공간들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풍경을 창조하는 것. 이것은 그 이질성을 경계 짓는 것이 아니라 여러 미묘한 지점들을 담아내면서 우리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이상화해오던 자연의 모습을 복구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