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갤러리에서는 04월 23일부터 05월 20일까지 남상운, 김산, 하지혜 작가의 초대 3인전인 <은유적 형상, 그 이면을 바라보다>를 진행한다.
남상운 작가의 작품은 연잎을 그린 재현회화이자 푸른 색상으로만 이루어진 색‧면 추상과도 같다. 이러한 작품은 어두운 배경을 뒤로 하고 홀연 눈부시고 신비스러운 블루 색감의 덩어리가 밀고 나오거나 혹은 까맣고 짙은 후경 속으로 그 원형의 형태가 빠져나가는 듯한 환영을 자아낸다. 작가는 연(蓮)이 지닌 여러 도상적 해석과 함께 개인사적인 추억과 결부된 그것을 상당히 정교하게 묘사하는 동시에 허구적이고 몽환적인 존재로 연출해서 그려내고 있다. 그것은 실재하는 연잎이자 허구이고 가상의 존재이기도 하다. 그로 인해 현실과 가상, 실재와 허구의 교차와 겹침에서 오는 일종의 아이러니가 보다 중심적인 주제가 되었다. 작가는 신비로운 가상의 상태를 블루라는 색상을 빌어, 음을 상징하는 달을 연상시키는 연잎의 둥근 원형의 형태와 결합해낸다. 그 결과 작가의 그림은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를 가로지르며, 연잎이면서도 그것과는 무척이나 다른 낯선 또 다른 존재를, 관능적으로 흔들리며 다가오는 이상한 색채 덩어리를 안겨준다. 즉 재현과 가상의 사이, 실재와 부재 사이에서 흔들리는 그런 연잎이 신비스럽게, 눈이 시리게 푸른 덩어리로 유동한다.
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김산 작가는 자연이 인간에게 보듬어주는 안식처로서의 토포스(Topos)로서 자연을 그려낸다. 작가에게 자연은 ‘늘 기다려주고, 언제나 지칠 때 돌아갈 수 있는 곳’이며, 작품의 주제인 ‘본향(本鄕)’은 단순한 고향을 넘어서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감성적 답을 주는 장소이다. 본향은 김산 작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과정이자, 그 안에서 자연의 소리를 듣고 머무는 공간이다. 작가는 인간의 흔적이 남긴 풍경을 ‘사회적 풍경(Social Landscape)’으로 정의하며, 그 안에 인간사의 기억과 개인적인 삶의 경험을 녹여낸다. 작품 속 흰 사슴은 장수와 순수한 영성의 상징이며, 숲(곶자왈)은 내면 깊숙한 곳의 안식처를 나타낸다. 이러한 풍경들은 자연의 순수한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 삶을 완성하고자 하는 인간의 염원을 담고 있다. 작가는 ‘자연은 말이 없지만, 그 소리는 우리의 내면을 알아듣는다. 우리는 늘 자연의 품에 있으면서도 그 향기를 잊고 살아간다. 이 여정은 어느 날 무심한 곳에서 마주치는 나의 체취와 같아서, 그 향기를 마음의 안식처인 자연으로 되돌려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혜 작가에게 있어 ‘풀’과 ‘하늘’은 작품의 가장 큰 주제이자 작업의 주요한 이유이다. 풀 더미 속에는 피어오르고 생성하는 생명의 탄생과 인내가 담겨있고, 하늘은 언제나 그곳에서 우리를 지켜봐 주며 위로를 건네는 존재이다. 특히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하늘은 매일 다른 얼굴로 우리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친구 같은 존재이다. 이때 작가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보며 우리가 흘리는 눈물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늘은 비를 내려 햇살과 바람으로 이내 풀들을 피워 올렸다. 풀의 탄생은 우리가 눈물에 절망과 슬픔을 흘려보내고, 다시 희망과 행복의 불씨를 피워 올리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지천에 널린 이름 모를 풀들은 작가의 작업에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 풀 더미 속 풀들은 서로 경쟁하고, 의지하고, 기대고, 휘감고, 매우 치열하고도 아름다운 공존을 그려낸다. 작업 속 획과 같은 선들은 불완전하나 독립적이며 고립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조화를 이룬다.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처럼 말이다. 또한 둥둥 떠오른 풀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도 같다. 넓은 의미에서 작업의 화면은 자연이다. 그것은 외적인 자연의 재현이 아니라 우리에게 어떠한 에너지를 준 자연의 반영인 셈이다. 이러한 화면 속 자연은 무한의 형으로 항시 곁에서 위로를 전하는 풀들의 무한한 푸르름과 끝없는 생명력을 전달해주며, 그곳은 작가가 바라는 안온한 안식처, 파라다이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