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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유영의 공간 속으로>

김 도 현, 박 수 형, 육 건 우, 전 봉 열

KIM Do-hyun, PARK Su-hyung, YOOK Gun-woo, JEON Bong-youl

27 NOVEMBER - 18 DECEMBER 2024

비디갤러리에서는 11월 27일부터 12월 18일까지 김도현, 박수형, 육건우, 전봉열 작가의 초대 4인전인 <무한한 유영의 공간 속으로>를 진행한다.

김도현 작가는 휴식(休息)과 회복(恢復)의 내적 안정을 평면의 캔버스 위에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또한 반복되는 선과 면으로 구성되어 있는 입체적 화면과 겹겹이 쌓이고 채워진 색채의 리듬감 속에서 자유로운 형태와 색, 그리고 단조로운 공간의 질서를 구축한다. 이러한 색과 형태, 질감의 조화를 통해 문자적인 표현을 뛰어넘는 고요함을 전달하며, 캔버스를 가득 채우는 추상적인 형태는 평화롭고 우아한 움직임을 만들어 그 깊이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주는 색채를 사용하여 공간에 스며드는 분위기를 조성함과 동시에 질감은 단순하지만 반복적인 터치로 재료가 가지고 있는 그대로의 물성을 표현하여 안락함의 감정을 더하고 있다.

박수형 작가의 작업은 주위 환경으로부터의 경험과 사유를 혼합한 결과물이다. 캔버스 위의 점, 선, 면은 식물의 이미지로 치환되며, 작가는 이러한 식물 이미지를 통해 사회상을 은유하고 있다. 여름날의 식물과 겨울 식물들의 모습을 관찰하여 매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영원한 반복성을 표현한다. 마치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만겁의 세월 속의 찰나인 듯 풀의 짧은 주기를 통해 우리들의 삶을 반추해보며, 식물의 역동적 모습을 통해 사소하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continuous play” 시리즈 작업은 주로 인공 진주가루와 은색을 중심적인 색채로 사용한다.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로 물감이 지니고 있는 자체의 색 외에, 주위 광원과 환경에 영향을 받아 빛이 반사되어 다시금 새로운 색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표면은 주위 환경과 사회에 의해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변화, 적응하는 동시대인의 모습을 표현한 시도이기도 하다.

육건우 작가는 패브릭을 주요 소재로 심리적 추상을 이미지화 하는 설치 미술가로, 천연섬유와 젯소를 주로 사용하여 평면 위 레이아웃을 구성하고 백색의 다양한 주름을 변주시킨다. 그는 이러한 기법을 사용한 4가지 주제(intension, tension, beyond, layer upon layer)를 통해 심리를 묘사하고자 한다. 최근에는 백색을 주로 사용하던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컬러를 활용하며 그가 다루는 심리묘사를 더욱 다각화하고 있다. 작가는 감정의 극한과 그 사이로 울려 퍼지는 감각에 기인하여 패브릭 소재가 가진 불완전하지만, 가장 온전한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다. 장력이 주는 긴장감은 극한의 감정을 만들고, 반복된 주름의 드레이프는 몽환적 번뇌의 내면세계를 연출하기도 한다. 이렇듯 물성을 거슬러 완성된 실루엣은 빛과 그림자로 인한 직관적이고 새로운 감정의 해석을 감상자에게 전달한다.

전봉열 작가는 바다를 소재로 색의 배열과 미세한 질감에 의한 감수성을 담아낸 단순한 색・면 형식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넓고 푸른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면 어느 순간 시선이 수평선에 고정되고 깊은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그러한 생각에 잠기는 지점은 곧 자기 자신과 조우하는 순간이며, 작가는 부유하는 생각들이 자신을 더 내밀하게 알 수 있도록 하는 소중한 경험이 되어 준다고 이야기한다. 또 이러한 시간들이 누적될수록 점차 선명해지는 자신의 모습이 바로 자기 정체성일 것이다. 즉 전봉열 작가의 작업은 나 자신, 더 나아가 한 사람의 정체성 형성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세상의 흐름 속에서 잠시 스스로 큰 쉼표를 찍어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경험하고, 그 시간의 밀도만큼 자기 주도적인 삶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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