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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점 위로 물구나무를 서던 아이야>

이 효 선

LEE Hyosun

1 JUNE - 29 JUNE 2023

비디갤러리에서는 6월 1일부터 6월29일까지 이효선 작가의 두 번째 초대 개인전 <붉은 점 위로 물구나무를 서던 아이야>를 진행한다.

줌-인이즘(Zoom-inism)은 작업과정에서 만든 새로운 용어이다. ‘줌-인이즘’은 최초의 이미지가 되는 첫 작품의 확대를 통해 새롭게 나타나는 이미지 위에 다른 이미지를 더하는 방식이다. ‘줌-인이즘’은 영화 촬영 기법에서 비롯된다. 이는 촬영기의 위치를 고정해 놓고 렌즈의 초점 거리를 조절하여 피사체에 접근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피사체가 프레임 안에서 커지는 효과를 보여주는 기법이다. 프레임 안의 대상을 가까이 들여다 보는 시선을 통해서 시선의 주체에 대한 심리를 보여주거나 대상이 지니는 특성 혹은 감정을 강조한다.

이러한 영화적 기법을 회화적 이미지에 적용하여, 최초로 제시된 이미지의 일부를 확대하여 다시 새롭게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고안했다. 최초의 이미지에서 어떠한 부분을 확대할 것인가에 따라 이미지의 재생산은 무한하다. 이미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의도 되었지만 우연적으로 잘라진 이미지와 새롭게 삽입된 이미지 사이에서, 이미지에 담긴 대상의 차이와 반복, 공간의 치환, 왜곡 등을 통해 시각적 낯섦이 나타나고 만들어진다.

생산된 이미지들은 분절된 것이 아닌 연결성을 가지게 되고, 연결성 속에서 서사(narration)를 가지게 된다. 각각의 이미지들은 상호적 생성을 통해 영화적 장면(Scene)과 같이 이야기를 가지게 되며, 다음 이미지에 대한 새로운 연상을 제시한다. 그 과정에서 이미지에 등장하는 대상에 대한 심층적 공감과 미완의 지평이 가능해진다.

줌-인이즘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는 어떠한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대상의 대한 감각과 감상을 점층적으로 축적한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내적 자아에 대한 고찰이 시각적으로 심화된다. 점차 확장되어 들어가는 각 이미지들은 상대적 세계와 다중적 존재성을 재현한다. 이전 이미지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서사들이 다음 이미지에서 등장하면서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존재할 수 있는 세계에 대한 이끌림과 매혹, 바로 줌-인이즘이다.

줌-인이즘을 적용한 세 번째 연작을 대표작으로 전시 [붉은 점 위로 물구나무를 서던 아이야]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전시 [붉은 점 위로 물구나무를 서던 아이야]는 홍차를 너무 오래 우리면 쓰듯이 자신의 상처를 계속 곪게 내버려두고 있는 이를 위로하기 위한 전시로 그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으로 이끈다. 동양화의 붉은 가루 안료를 풀고, 홍차를 우리고 손톱에 봉숭아 물을 물들이듯이 붉도록 짙어진 아픔을 품고 사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자 한다.


아가야 홍차는 너의 손톱 위에 있구나
너무 오랫동안 성글면 쓰단다
빨간 가루를 짓이기다 보면
괜찮아지겠니

예리하게 그은 선이
얼룩으로 퍼져요
휴지로 눌러 닦아도
실핏줄은 어쩔 수가 없나봐요

붉은 점 위로
물구나무를 서던 아이야
그만 고개를 숙이렴
수줍어 하는 너의 미소가
안그래도 짧은 손톱을
더 둥글게 둥글게
물들인단다

촛농처럼 뭉쳐있어요
종이 위로 흐르는 물이
차가운 걸 보니
피는 아닌가봐요

입에 한아름 머금으렴
흰 컵 위로 쌓이는 자욱들이
아직은 따뜻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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