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갤러리에서는 10월 23일부터 11월 23일까지 김기태, 김남표, 도성욱 작가의 초대 3인전인 <빛 그리고 찰나의 순간들>을 진행한다.
3인의 작가는 자연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과 그 형상을 통해 기억과 상상력으로부터 착안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 감상자들을 작품 속의 또 다른 환상적인 공간으로 인도하며, 자연으로부터 오는 강인한 생명력의 가능성을 전달한다. 또한 회화적 의미에서 추상적인 감정을 어떠한 형상을 통해 이야기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김기태 작가의 작품 속 사건들은 현실과 초현실의 중간 지점에서 일어난다. 작가는 이것이 낮과 밤의 경계의 시간, 또는 한 여름날 느닷없이 찾아온 일식 현상을 마주했던 그날의 느낌과도 비슷하며, 그저 보고 느낀 것들을 시각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의 삶은 저 광활한 시공간의 한 구석에서 벌어지는 아주 작은 하나의 섬광과도 같다. 게다가 아주 짧디 짧아서 아! 하는 외마디 탄식조차 채 끝나기도 전에 사라지고 마는 아주 우연한 사건이다.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삶을 이처럼 가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이 우연한 찰나적 일회성이다. 이 찰나적 일회성의 처절한 왜소함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시공간에 대하여 숭고라는 감정으로 나타난다. 이 숭고한 섬광은 거칠게 불타오르기도 하고 어떤 것은 가만히 사라지기도 하며 또 어떤 것은 꽤 오래가기도 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이 모든 것은 모두 우연일 따름이라고 이야기한다.
김남표 작가의 작품에는 동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 동물들은 소재적 측면이라기보다는 작가의 예술적 감흥을 일으키는 재료로 인식해야 한다. 왜냐하면 동물의 이미지를 ‘그린다’기 보다는 동물을 손끝으로 ‘만지는’ 듯한 행위를 통해 작품을 구상하고 연상하기 때문이다. 손끝에 닿는 재료의 촉각을 통해 작품을 구상하고, 구상된 계획을 다시 손끝에서 실행한다. 화가가 무엇을 그릴 것인가를 결정하고 그에 맞는 방식의 기법과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논리라면, 김남표 작가는 무엇을 만지고 무엇을 느꼈을 때 무엇을 그릴 수 있을까를 결정하는 독특한 과정을 취한다. 이를 통해 마치 갇혀 있는 동물들의 함성을 손끝으로 들려주고, 일상의 재료 안에 갇혀 있는 사물다움을 손끝으로 어루만지는 것이다. 손끝 풍경은 이러한 이야기가 존재하는 현장이다.
최은경(미술이론)
도성욱 작가는 <Emotion-light> 시리즈에 대해 “형이상학적 존재들을 모아 직관적인 시각으로 채운 화면, 이 하나의 조건이 다수에 의해 굴절된 감성으로 내면에 담기면서 완성이 된다”고 설명한다. 굳이 두개 시리즈의 차이를 찾아본다면 일단 빛과 공기, 온도, 습도 등 비물질적 요소를 묘사하기 위해 숲과 바다가 여전히 배경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Condition-light> 작품이 길을 중심으로 빛이 깃 든 숲의 전경을 다룬 풍경이라면, <Emotion-light>는 전체 화면 중 세부를 부분 확대하여 전면적으로 배치한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전작이 초록색 위주의 모노톤 화면에 선명하게 쏟아지는 백색 광선이 지배적이었던 것에 반해 후작에서는 빛의 색과 온도가 달라졌다. 안개 속 쨍한 백색 광선이 황색, 자색, 남색 등 가시광선의 다채로운 색의 스펙트럼으로 대체되면서 한결 부드럽고 따뜻한 온도를 품는다. 또한 <Emotion-light> 작품들은 추상적 면모가 더욱 강화되었다.
김윤희(포스코미술관관장, 경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