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갤러리에서는 08월 21일부터 09월 14일까지 신하늘, 전소영 작가의 초대 2인전인 <선∙면 그리고 빛의 마술>을 진행한다. 고유한 모습과 생명력으로 언제나 그 자리에 존재하는 ‘자연’은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치유와 위로의 메시지를 건넨다. 시시각각으로 그 형태가 자유롭게 변화하는 빛, 그로부터 오는 아침의 눈부심과 밤중의 고요함, 계절의 변모에 따라 느껴지는 따스한 햇살과 서늘한 바람 등, 신하늘 작가와 전소영 작가는 일상을 이루고 있는 자연의 요소들에 주목하였다. 이를 다각적인 시선으로 관찰하고 해석하여 각기 다른 조형 언어로 캔버스 위에 풀어나가는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그들이 붓 끝으로 녹여낸 어떠한 순간의 경험과 여러 감정들, 그리고 그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감상자에게 심층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신하늘 작가가 구현하는 캔버스의 장(field) 안에서 색과 형태, 선들은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유기적인 모습으로 조화를 이룬다. 때로는 특정 선율에 따라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며, 하나의 거대한 방향에 작은 제스처들이 몸을 담아 움직이기도 한다. 작가는 이것을 색의 향연이라 표현한다. 색의 흐름에 의식을 맞추어 그 방향대로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녀의 작업 과정 속에는 특유의 wet-on-wet 화법이 있다. 마르지 않은 채 재빠른 속도로 겹겹이 덧칠해지고 닦아지는 붓 터치의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작업이 형태를 이룬다. 작가는 상황의 특별한 감정이나 기쁨과 고뇌를 면적을 분할하고 획을 긋는 붓의 제스처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함으로써 그녀와 닮은 결과물들을 만들어간다. 여기에 유화 특유의 매끄러움과 투명함이 속도감 위에 더해져 생동감 있는 공간으로 새로이 탄생한다.
이 서정적이면서도 유연한 공간은 제스처(gesture)와 레이어(layer), 빛(light)을 통해 만들어진다. 작가에게 있어 ‘빛’은 어떠한 공간감의 표현보다 작가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큰 원동력과도 같다. 빛은 형태를 뚜렷하게 하면서 동시에 형태를 앗아가기도 하며, 사물의 겉 표면과 깊이의 경계를 넘나든다. 작가는 이와 같이 유동적인 빛을 세심하게 관찰하는데, 이것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며, 스스로 고민하고 묵상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빛에 관한 관심은 찰나의 순간에 찾는 아름다움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안에는 자연의 힘, 빛의 움직임으로 인해 생겨나는 현상들에 대한 신비한 이미지들이 있다. 거침없는 색들의 조합과 과감한 움직임은 작가가 세상과 마주할 때 망설임 없이 택하는 태도이며, 닦아내고 칠하는 반복적인 테크닉은 사색과 치유와 같은 역할을 한다. 삶의 파편들이 작업에 녹아드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붓의 제스처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전해질 때, 그리고 그들이 본인의 경험과 결합해 다른 관점으로 작업을 다시 바라보게 될 때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전소영 작가의 작업 과정에서 반드시 동반되는 ‘관찰’이라는 행위는 작가가 특정 대상과 교감하는 하나의 방식이자 그림으로써 세상과 밀접하게 접촉하기 위한 몸짓이다. 이러한 시간이 점차적으로 쌓여 그 대상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단계 속에서,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 역시 찾아가게 되었다. 따라서 작가는 어떠한 대상을 바라볼 때 그것을 단순한 시각적 정보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표면의 촉감, 공기의 부피, 바람의 냄새 등을 동반한 개인의 공감각적 체험으로 받아들인다.
이렇듯 작가에게 ‘그리기’는 대상과의 진정한 대화이며, 단순한 재현을 넘어서는 형상을 다룬다. 여기서 형상이란 들뢰즈(Deleuze)가 말한 것으로 “눈으로 만지는 촉각적 단계를 뜻한다. 새롭게 형성된 감각 질서에 따라 바라보는 시선과 풍경의 장면이 분리된 상태가 아니라 상호 간의 공간적 소통이 이루어지면 풍경을 시각적으로 고정시켜 보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공기와 잡히지 않는 빛의 흔들림을 공감각 적으로 느끼게 된다.”
즉, 작가가 일상 속에서 마주한 계절의 변화나 날씨, 낮과 밤의 모습 등 여러 복합적인 경험들은 캔버스와 붓을 통해 작품에 반영되어 나타나게 된다. 사진이라는 제한적 기록에서 벗어나 자연의 생동함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그 대상 앞에서 직접 접촉했던 어떤 감각에 대한 기억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순간의 판단과 호흡을 통한 붓 질의 속도로 에너지와 감흥을 담아내고, 그 결과로 풍경을 이루는 요소들은 각각 면(面), 선(线), 점(点)이 되어서 화면에 생명력을 재구성하게 된다. 또한 이것은 ‘살아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회화로 표현할 지에 대한 작가의 끊임없는 고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