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여름의 문턱을 넘어선 7월, 비디갤러리에서는 이흙, 조은혜 작가의 2인 기획 초대전인 <푸른 시선, 그 너머의 세계>를 진행한다.
이흙 작가는 하늘에 존재하는 구름의 이미지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 그리고 그 삶의 궤적들을 표현한다. 시리도록 푸르른 하늘과 다양한 형상의 구름이 등장하는 일련의 작업들은 감상자로 하여금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 내지 환상적인 동화 속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거대한 시간 속에 묻혀 사는 현대인들에게 유년 시절의 묘한 흥분이 묻어 있는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해주는 과정은 마치 책장 속의 오래된 앨범을 펼쳐보는 행위와도 비교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작가는 물리적 풍경으로써의 하늘에서 벗어나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되고 의도된 풍경을 감상자에게 제시하며, 현대인들의 일상과 꿈, 그리고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이제껏 포근하게만 보이던 하얀 구름들은 다시 거친 파도와 상어 떼 구름으로 그 모습을 바꾸어 간다. 하지만 세상과 닮은 사나운 상어 떼 속에서도 부지런히 달려가고 있는 인간과 강아지 등의 이미지는 이상과 현실 사이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조명한다. 이처럼 하늘이 지니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와 구름의 속성 등에 대한 작가의 다각적인 해석은 작품을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으며, ‘낯설고 거친 세상에 대한 관용과 화해’, 그리고 ‘희망의 재발견’ 이것이 바로 작가가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화두이다.
조은혜 작가의 작업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강과 바다, 호수와 분수, 수영장 등 물과 연관된 여러 장면들을 새롭게 재해석하여 보여준다. 화면에 펼쳐진 밝고 아름다운 풍경들은 작가가 직접 보고 경험했던 추억들이 묻어 있는 장소로, 한 획, 한 획 겹치고 쌓이며 흘러가는 물결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삶을 투영하여 비유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작품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결’들은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일 것이며, 이러한 결들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물결을 이루는 현상은 마치 상호 간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대중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물결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흘러갈 뿐 아니라, 불규칙한 듯 보이면서도 반복적인 패턴으로 특유의 흥겨운 리듬감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모습은 어제와 닮은 오늘을 다시금 살아가는 우리의 생활과도 매우 흡사하다. 작가는 물결과 삶의 여정을 동시에 겹쳐 보이며, 개인과 사회를 자연스럽게 엮어 다양한 색채와 패턴으로 화면에 풀어낸다. 이처럼 작가는 생명력이 넘치고 다채로운 물결의 묘사를 통해 각자가 지닌 개성과 다양성을 표현하고, 시각적으로 표출되는 긍정적 에너지를 감상자에게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