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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워내고, 머물다>

이현진, 황다연, 황윤하

LEE Hyun Jin, HWANG Da Yeon, HWANG Yoon Ha

29 FEBRUARY - 30 MARCH

비디갤러리에서는 02월 29일부터 03월 30일까지 이현진, 황다연, 황윤하 작가의 3인 기획 초대전인 <피워내고, 머물다>를 진행한다.

이현진 작가의 연작 ‘숨겨진 세상’은 여행을 하며 발견한 새로운 이미지들을 조합해 ‘나만의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탄생하였다. 새롭게 구성된 풍경에는 작은 자동차와 기차, 그리고 장난감들이 부유하고 있는데, 이는 어딘 가에 정착하지 못해 불안정한 상태인 현대인들의 현실을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나타내 주고 있다. 잎들 사이사이를 활보하는 여러 장난감과 피규어들을 작품 속에 장치해 둔 작가만의 현실도피 단서들이며, 무거운 현실의 짐을 내려놓게 해준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많은 역할들을 수행하게 되는데, 작가는 그러한 역할들이 힘겹고 버거울 때면 현실에서 벗어나 화면 안에 비현실적인 상상의 세계를 표현함으로써 현실도피의 희열을 느낀다. 깊은 숲 속 안개가 피어오르는 신비로운 세상을 통해 감상자들은 각자의 숨겨진 세상을 들여다보고, 보살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만들어진 ‘숨겨진 세상’ 속의 재치 있는 요소들을 즐기며, 재미있는 상상과 함께 우리의 현실을 극복하며 살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황다연 작가가 그려낸 파라다이스는 영원히 충족되지 않을 현대인들의 욕구와 갈망 속에서 만들어졌다. 이때의 낙원은 실재하는 공간이며, 작가의 개인적인 기억과 상상을 더해 현실 공간 속으로 이상적인 자연을 가져온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았던 곳, 어딘지 모르지만 익숙한 장소들이 낙원처럼 느껴지며, 평범한 장소에서 판토피아(Pantopia)를 꿈꾸게 된다. 그러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석고상, 선인장 등의 이질적인 오브제들은 이 세계가 온전한 유토피아가 아님을 시사하고 있다. 현재를 각성하게 하는 오브제들을 구성함으로써, 관람자들은 파라다이스가 허구임을, 이상향은 없는 것임을 느끼게 된다. 이질적인 오브제들을 통해 파라다이스가 허구임을 알게 되는 것은 불쾌를 동반하지만, 곧 이 불쾌감이 해소될 때 개인의 욕망은 표면 위로 드러난다. 지금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초월적인 유토피아보다 언제 어디서나 존재할 수 있는 판토피아(Pantopia) 속에서 관람객은 스스로의 파라다이스를 전개하고 관철시킬 수 있다. 이것은 역설적이게도 파라다이스의 실존을 더욱 간절하게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자신만의 세계에 대해 고민하고, 관조하는데 관심을 두게 될 것이다.

황윤하 작가의 ‘아름다운 집’ 시리즈는 자연과 집, 그리고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성장 과정을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이다. 자연으로 둘러싸인 집은 사람이 살고 있을 때 아름다움이 극대화된다. 인간은 희로애락으로 가득한 삶의 과정을 통해 성장하기 때문에, 멀리서 인생을 바라보면 그 모든 순간이 가치 있고 소중하다. 자연은 그러한 삶을 둘러싸며 눈부신 사계절의 변화를 보여준다. 사계절은 우리에게 주어진 축복의 시간이라는 것을 전제로, 작가는 인생이라는 여행길에서 계절의 순리를 따르며 평화롭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묘사하였다. 또한 저물어가는 밤과 움츠러드는 겨울까지도 그 모든 삶을 포근히 감싸 안은 따뜻한 서정미로 사람에 대한 사랑과 긍휼의 마음을 작품에 담아내길 원하였다. 자연은 우리 곁에서 삶을 포근히 감싸 안고 휴식과 위안을 주면서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영원함은 없는 유한한 인생이지만, 우리 한 번 이번 삶을 아름답게 살아보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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