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갤러리에서는 01월 07일부터 02월 04일까지 하페 작가의 초대 개인전 <Comic Book – The Voyage Begins>를 진행한다.
Schrödinger's cat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인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odinger, 1887-1961)가 양자역학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고안해 낸 “상자 속 고양이”라는 사고 실험이 있다. 밀폐된 불투명한 상자 속엔 50%의 확률로 독약이든 병을 깨뜨리도록 설계된 장치와 한 마리의 고양이가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상자를 열기 전까지 우리는 고양이가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인지할 수 없음과 동시에, 이것은 삶과 죽음이라는 정반대의 개념이 공존하는 가능성을 지닌 상자가 된다. 하지만 상자 속 고양이는 가능성이라는 모호한 단어 속에 멈춰 있고 싶지 않다.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에든 존재할 수 있는 진짜 가능성이 되기 위해, 스스로 가능성의 상자를 뛰쳐나왔다.
하페 작가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사고 실험에 새로운 시각의 해석을 제안하며, 결국 모두가 다른 가능성을 가진 고양이들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모든 상황에 존재하는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우리는 항상 선택과 선택의 틈에서 수없이 갈라지며, 작가는 그 간극으로부터 오는 고민과 기대감 또는 아쉬움이 주는 순간에서 영감을 받는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사고 실험 속 고양이가 살아있는가? 혹은 죽어있는가? 에 대해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고양이는 극단적 상황의 틈에서 삶과 죽음이라는 정반대의 개념과 공존하는 가능성이 된다. 하페 작가가 표현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살펴보면 삶(Living side)과 죽음(Dead side)의 모습이 하나로 중첩되어 있다. 이는 ‘확률’이나 ‘가능성’ 등 특정 요인들에 의해 한 가지의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 끊임없는 ‘선택’과 ‘결정’을 하는 과정을 통해 또 다른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와 같이 모호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작가는 결국 우리 모두가 각기 다른 상자 속 고양이로 살아가고 있으며, 주변의 수많은 고양이들의 가능성과 그들의 순간들을 상상하고 만들어가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한다.